몽뜬튼뜸

0. 모밀의 눈빛을 정확히 읽어내고 싶다 뭘 원하는 듯이 목석같이 앉아 정면으로 빤히 쳐다볼 때가 있다 모밀은 나만큼이나 표정이 적은 것 같다 힘주지 않았으나 늠름한 무표정이 제일 익숙한 얼굴 1. 이 주일 동안 혼잣말을 쉬다시피 했다 2. 침입을 그만두고 마는 복합적인 이유들 : 미미한 호감의 지속성을 장담 못하고 셀프의심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란 신포도 밍숭마인드 실망시킬 가능성의 틈 자체를 만드는 게 꺼려짐 은연중에 take를 바라게 될 것이 스스로 싫음 내 정신병과 부대껴 사느라 여력이 꾸준•일정치 않음 3. 목을 조르는 사실 잔상과 함께 굴러다니는 중복 단어 해치우지 못한 짐더미와 폐가구와 목록들 아 숨막혀ㅅㅂ 4. 스크랩북 용도로 육공 다이어리가 있어야겠음 티켓 팜플렛 엽서 낱장지류의 그런 것들..

selfless jean 2023.05.06 0

냉동실 눈사람

0. 한동안 안 그랬는데 또 잘 때 혀를 문다 일어나면 송곳니로 물어 구멍 파여있는 곳을 혀로 더듬어본다 그럴 때마다 태권도장에 딸린 방방이에서 뛰다가 혀를 씹고서 거울을 한참 들여다본 날이 떠오른다 방방 타고 싶네 실내에 트램펄린이 쫙 깔린 실내 파크? 같은 곳을 가보고 싶다 어른 되고선 정말로 방방이 탄 기억이 없다 1. 요즘 즐겁고 바쁘고 할게 많아 설레고 초조한데 게으르다 계획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할 것 목록들을 좀 덜 떠올릴 필요도 있다 한 치 앞만 보되 우선순위 앞번호 이외의 것들은 눈감아놔야 한다 체크 안된 빈 네모칸들이 자꾸 백그라운드에서 리소스 잡아먹듯이 정신력을 은근하게 앗아가는 것 같다 1 2 3 4 5 6…까지 생각하다 보면 1을 내딛는 첫걸음부터 무거워져서 그냥 다 ..

selfless jean 2023.02.15 0

단풍 부스러기

0. 말라비틀어진 선인장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혼도 화분을 떠난 지 오래일 것 같다 1. 길든 물건이 없는 게 아쉽다 너덜너덜하도록 내 손을 타서 낡은 것 나의 체계로 질서 있게 더럽혀진 것 반복적으로 곱씹고 되새김하는 것 완전히 내 것이 되어 익숙해진 것 2. 남의 무언갈 구리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구리다 내가 더 잘하겠다 싶은 걸 아직 안 했다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거다 ‘하고 싶어 했었다’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발끝이라도 담가봤었다, 도 아니고 그걸 하기 위한 여럿 시행착오와 좌절이 있었다, 도 아니고 그저 하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다 - 어쩌라고? 행위만이 남는다 생각과 소망과 공상과 계획이 현실로 조금이라도 꺼내진 적이 없다면 그저 그뿐이다 그게 아예 무의미하다 할 순 없..

selfless jean 2022.12.11 0

온갖 빠개는 음악으로 귀를 버무려야하는 때가 있는가하면

뇌를 적막 속에 담가야 할 때가 있다 요 며칠 내 귀가 내는 것 이외의 모든 백색소음이 소란해서 죽겠다 스스로가 인성파탄 신경과민 예민충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매우 불유쾌함 내가 낸 짜증의 영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가 받는다 거울에다 대고 빔 쏜 것 마냥 셀프 부여한 숙제들이 어깨 위에 켜켜이 쌓이는 중이다 내가 만든 첩첩산중 속에 드러누워 짓눌리는 무게에 기꺼이 납작해진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점은 내심 신이 난다 공상으로만 그치지 말아야 할 텐데 뭐가 되기 전엔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자 근데 난 언제 뭐가 되지? 한 번 반나절을 잡고 '싶다 목록'을 정리해봤는데 너무 할 게 많아서 아득해짐 (장래희망에 어제는 화가 오늘은 배우 내일은 건축가를 적는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의 실행..

selfless jean 2022.06.13 0

싶은 것들이 바래기 전에

한때의 망상으로 흩어지게 두지 말고 Done List에 담고싶다 계획이란 거는 정말 신물난다.. 할 거고 하고싶고 할 예정이고 그런 것들을 거듭해서 적는 것이 이제 꺼려진다 그런 건 머릿속에 항상 품고있어 발효된 마냥 부글부글 끓으니까 와중에 하고싶은 것들이 해야할 것들에 우선되어서 다행이다 그게 그게 아닐때도 있고 하고싶으니까 해야할 것들이 되고 그러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할 일'로 뭉쳐지는 것들의 대부분은 결국엔 내가 하고싶은 것들이기도 하다 그치만 계속 싶어만 하고싶지가 않다 너무 일찍 일어났으니 새해 일기를 써야겠다 어제는 오랜만에 D의 집에 가서 식사와 술을 대접받았음 D가 고기도 구워주고 칵테일도 말아줬다 얼그레이 보드카 토닉이랑 깔루아 밀크를 마셨다 홍차도 많다고 티백도 종류별로 잔뜩 ..

selfless jean 2022.01.10 2

미래시제는 쓰지 않기로 해

0. 내 안의 닳고 닳은 언어들을 모두 새로운 언어로 대체해버리고싶다 아니면 내게 쌓인 기억과 기록들을 전부 리셋해버리고 처음인 마냥 다시 적고싶다 알고 있는 어휘량이 너무 적음을 실감하고 울기를 그만 둬버린 앵무새같다 물론 그런 앵무새 따윈 없지만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도 언젠가 썼던 똑같은 내용을 표현만 바꾼 채로 그대로 반복해서 쓰고있다 아니 표현마저 똑같아서 소름돋을 때도 있음 뭘 쓰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데 (오히려 마음은 쓰고싶어하는 쪽에 더 가깝다) 내 속에 든 것들이 다 너무 질리고.. 정신적으로 인풋도 없이 같은 생각들이 한 자리에만 고여있단 소리다 1. 키워드나 지표가 필요하다 툭 하면 엊그제로 되돌아갈 그런 것들 근 몇 년간의 그게 너무 없으니까 자꾸만 내가 아직도 스물 셋 쯤인 줄 아..

selfless jean 2021.11.08 0

5월의 플레이리스트

많이 들은 곡을 소개하는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케이팝과 논케이팝을 포스트를 나눠적을까 하다가 그냥.. 한 글에 논케이팝 - 케이팝 순서로 모두 적으려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긴 포스트가 될 예정.. 나는 지금 논케이팝은 스포티파이로, 케이팝은 벅스 + 유튜브뮤직으로 듣고있는데 여기다 링크공유하는건 그냥 바로 재생할 수 있게끔 유튜브 링크를 걸어놓겠다. 내가 나중에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고있을지 모를 일이고.. 이 게시글을 봐주실 분들도 들어줬으면 해서 그렇다 1. cellophane - FKA twigs https://youtu.be/ZruInYsvwuY 이 앨범 정말 명반이지만 왠지 각잡고 들어야하는 곡들이고 너무 우울해서 사실 손은 잘 안가는데 이 곡은 5월동안 주로 밤에 꽤 들은 것 같다. 너무너..

playlist 2021.06.12 6

해파리를 키우고 싶어

오랜만에 100개 글쓰기. (그런 게 있었어요? - 네. 놀랍게도...) 15번째 글로는 내가 좋아하는 걸 써볼까 한다. 좋아했던/좋아하는 모든 걸 망라하기는 좀 벅차니까 '요즘' 좋아하는 걸로 범위를 줄여본다. 1. 위스키 홍차 하이볼 내가 근 한 달 간 밤마다 즐겨먹곤 했던 술! 원래 레시피는 트위터에서 본 건데, 위스키 한 스푼 넣어서 먹는 걸 내가 맘대로 양을 늘린 것이다. [ 내 레시피 ] 재료 :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 도밍고 꿀홍차 티백, 얼음, 메이플 시럽, 레몬 1) 콜드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2) 산토리 위스키를 1.5샷 ~ 2샷 넣는다 3) 뜨거운 물에 진하게 우린 꿀홍차를 부어서 급랭시키면 끝 4) 귀찮지 않으면 메이플 시럽 1티스푼과 레몬 한 조각도 넣는다 이걸 한 번 해먹고 난..

selfless jean 2021.06.0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