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less jean

온갖 빠개는 음악으로 귀를 버무려야하는 때가 있는가하면

revvon 2022. 6. 13. 07:11

뇌를 적막 속에 담가야 할 때가 있다

요 며칠 내 귀가 내는 것 이외의 모든 백색소음이 소란해서 죽겠다
스스로가 인성파탄 신경과민 예민충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매우 불유쾌함
내가 낸 짜증의 영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가 받는다 거울에다 대고 빔 쏜 것 마냥

셀프 부여한 숙제들이 어깨 위에 켜켜이 쌓이는 중이다
내가 만든 첩첩산중 속에 드러누워 짓눌리는 무게에 기꺼이 납작해진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점은 내심 신이 난다 공상으로만 그치지 말아야 할 텐데 뭐가 되기 전엔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자 근데 난 언제 뭐가 되지? 한 번 반나절을 잡고 '싶다 목록'을 정리해봤는데 너무 할 게 많아서 아득해짐 (장래희망에 어제는 화가 오늘은 배우 내일은 건축가를 적는 초등학생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의 실행력이 좋다고 자위했던 때의 내가 부러워진다 근데 사실 실행력보다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잘 실행하고 지속해서 봐줄 만한 아웃풋을 내느냐다
이러다 그냥 입 꾹 다문 채 과묵한 서른이 될 것도 같다

하루를 나가 살았으면 하루는 누워 죽어야 한다 그 정도로 체력이 없다
요즘 정신머리는 그럭저럭 건강한 날이 대부분이지만 그냥 몸이 가진 에너지 총량 자체가 적어 뭐든 안되고 못하고 더딘 느낌이다 난 아직 그대로 쓰레기체력 개말라 약골인데 너무 빨리 여름이 돌아왔다

기후위기로 사계절이 이계절으로 줄면 기분장애 주기도 반토막이 나게될런지 궁금하다
일 년 내내 계절의 변화가 없는 나라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둔하게 가늠하게 되는지도 궁금하다 그런 곳에 살면 나쁠까 난 오히려 좋을 듯
백지로 넘겨지는 노트에 인덱스는 없는 편이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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